제주도에서 먹은 면요리 세가지
일전에 떠났던 제주도 여행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먹었었다.
흑돼지 구이, 전복 뚝배기, 오분자기 뚝배기, 옥돔구이, 전복죽 등등등...적어놓고 보니 꽤 잘먹고 다녔네? 하하.
아무튼 이런저런 음식들을 먹었고 대개 맛있었지만 오늘 포스팅에선 면요리를 적어보려고 한다.
각자 조그마한 사연이 있고 맛도 인상적이었던 음식들이다.
1. 고기국수
아마 제주시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제주도에 고기국수가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 중 하나라길래 어디서 파는데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골목길로 들어갔는데(이거 위험한 습관인데...하긴 우리나라 안에서 도시에서 대낮이었으니깐)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는데 불도 다 꺼져있고 문도 닫혀있는데 무슨 생각인지 문을 밀어보니 밀리길래 들어갔다. 들어가보니 주인 아주머니가 선잠을 주무시고 있었다가 인기척에 깨셨다. 고기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고기국수는 보시다시피 돼지가 주가 되고 배추를 함께 넣고 끓인 국물에 국수를 만 다음 위에 김, 파, 양념을 얹어서 말아먹는 국수다. 돼지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할 음식은 아니지만 반대로 고기와 고기의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만한 음식이다. 맛도 진했고.
그렇게 국수를 먹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여기 언제 온 적 있냐고 하신다. 여행객이니 당연히 그럴리 없고 처음이라고 하자 아주머니가 놀라시면서 여긴 어떻게 왔냐고 하신다. 원래 해 떠있을 때는 가게 문만 열어놓고 불꺼놓고 문닫고 쉬시는지라 단골 아니면 안온다고(그러니까 점심 먹으러 오는 단골들 위해 문은 열어놓는데 이 시간에 장사할 생각은 없으시다는 이야기) 하신다. 글쎄, 나도 왜 불꺼졌는데 문 열고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뭐 재미있는 인연이라면 인연이겠다. 맛있으니 좋은거지 뭐. 그나저나 제주도 어르신들은 이걸 술안주로 자주 드시나보다. 하긴 진한 국물맛이 소주를 부르긴 하더라 하하.
2. 밀면
밀면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한국전쟁 동란 통에 부산에서 만들어진것으로 알려진 음식이다. 그러니 제주도의 향토 음식은 아닌거다. 근데 왜 이걸 기억하고 있느냐면 여름에 한참 더울때 이중섭거리 근처에서 신나게 헤매다가 더위를 살짝 먹고 헉헉거리고 있다가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대충 끼니나 때우자 싶어서 들어가서 먹어서 그렇다. 예전 전국일주 때 대구-부산에 가서 밀면은 안먹어보기도 했었고.
밀면을 그렇게해서 처음 먹어봤는데 가게에 붙은 판떼기에 적힌 글을 보니 냉면 비슷한 맛이겠구나 생각하고 먹어봤는데 보통 우리가 아는 냉면맛과는 또 살짝 다른 맛이었다. 매콤하게 국물 부은 국수하고도 또 살짝 맛이 다르고. 꽤 만족하며 먹었었다. 언제 부산가면 오리지날 밀면을 먹을 기회가 있을까?
3. 짜장면
....아니 제주도에서 짜장면이 왜? 싶은 분도 있을 것 같다. 뭐 사실 맛의 문제라기보단....마라도 가서 먹어서 그렇다.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Yes or No 특집으로 마라도에 짜장면 먹으러 갔던 특집이 있는데 제주도 온 김에 대한민국 최서남단 유인도인 마라도에도 함 가보고 짜장면도 함 먹으러 가자 해서 갔었다. 내가 무도를 원체 즐겨보는 편이기도 하고.
뭐 가는 길은 꽤 험난했다. 아마 서귀포시에 있는 숙소에서 체류하며 마라도로 갈려고 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날씨가 비가 오거나 파도가 심하면 배가 잘 안뜬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물먹고 그 다음날도 배 하나 거르고 기다려서 타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도 마라도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매우 맑아서 경치를 잘 구경할 수 있었다.
각설하고 마라도에 갔는데 뭔 짜장면집이 그렇게 많은지 내심 놀랐다. 예전에 이창명씨가 핸드폰 광고로 '짜장면 시키신 분~~'을 대히트 시킨 이후 짜장면집이 많이 세워졌다고 한다. 메뉴도 짜장면-짬뽕-탕수육 딱 세개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고보니 골프카로 사람들 실어나르는 모양이다. 아무튼 수많은 짜장면집을 두리번거리다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노홍철-정형돈(ㅠㅠ)이 갔던 짜장면집을 찾았다. 내가 점심식사시간보다 한두시간 일찍 간 탓에 짜장면집들은 다 한산했다. 그래서 들어가보니 무한도전에서 무도멤버들이 짜장면 먹은 자리에 표시를 해둔게 아닌가. 속으로 피식웃었지만...아니, 그 자리 찾아서 앉았으니 웃을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자리에 앉아서 짜장면을 주문했다. 보통 짜장면 위에 톳(맞나?)을 좀 무쳐서 얹은게 나왔다. 가격은 동네 중국집 짜장면보다 비쌌고 맛은...음, 솔직히 그저 그랬지만(덜 느끼하긴 하더라) 그래도 맛으로 먹는다기보단 여기와서 이거 먹고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먹는거라 잘 먹었다. 다 먹고 자리를 나서니 식사시간에 맞춰서 들어온 단체손님들이 짜장면집마다 바글바글했다. 우와 사람 많다...하며 길을 나섰다.
언젠가 제주도 여행도 정리해서 포스팅을 하겠지만 문득 면요리가 생각나길래 짧게 포스팅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