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ic Romeo 2013. 1. 23. 00:53

역사를 논한다는 것은 - 1차대전 참호전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사람들에게 세계1차대전에 대해서 물어보면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반응은


 '그런게 있다고는 하더라. 유럽 국가들끼리 크게 전쟁을 벌인거라며?'


 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역사(특히 서양사쪽은 더더욱)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1차대전은 대중적 인식에서 2차대전보다 더 마이너한 사건이니까. 물론 세계구 사건 중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대개 저렇긴 한데 이래서야 이야기가 진행이 안된다.

아무튼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좀 더 아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런 경우 대개 1차대전의 키워드로서 제국주의, 식민지, 참호전을 꼽을거 같다.



 그래, 참호전. 참호전이 내가 이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참호전이란 표현을 알고 쓰는 사람들은 대개 참호전에 대해서 극도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실 사람이 못할 짓이긴 하다. 이건 미친 짓이지, 암.


 참호전은 당시 기관총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을 고루한 군 수뇌부가 따라가지 못한채 무식한 방법을 고수했기 때문에 벌어졌고 무고한 병사들만 떼거지로 희생당한 희대의 삽질이다.


 정도가 참호전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그럼 여기서 잠시 이 포스팅들을 보자.


 [Skidrow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 중 하나]

 [노다지님 블로그에 있는 보어전쟁글, 1차대전 포병에 대한 글]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은가?


 물론 Skidrow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과연 당시 군 수뇌부들의 판단을 여러부분을 참작하더라도 최선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같은 부분들.



 이 시점에서 서로 각자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우선 사료를 모아야 한다. 이건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시작이자 끝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료를 분석하고 정리해서 해당 논의에서 의미있는 부분을 추려내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사료를 토대로 분석과 통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정립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사료로 채울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 보완을 시도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내놓고 다른 사람의 주장과 근거를 봐가며 수정, 반박 등등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전의 생각과 거친 후의 생각이 같다고 보긴 어렵다. 설사 결론이 같더라도.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모습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고 그 안에서 올바른 함의를 찾아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사실 상식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이다.

이러한 과정 자체는 딱히 머리 좋은 사람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글을 두드리고 있냐면...

좀 보고 정신 좀 차려줬으면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다. 뭐 보진 않겠지만.

그래서 평소 쓰는 어투와 달리 반말로 쓴거기도 하다.



P.S. 근데 다음에서 역사 관련 이야기는 어디에 카테고리를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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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역사관련 포스팅을 쓸 자신이 없는 이유  (0) 2012.12.31
Electric Romeo 2012. 12. 31. 18:37

내가 역사관련 포스팅을 쓸 자신이 없는 이유

한 번 역사포스팅을 해본다고 가정해봅니다.
전문적인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포스팅을 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사실 이 글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 자체가 그런 전문적인 글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미흡함과 허술함을 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미리 사과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 부분은 실제 전문적인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이 지적해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길어서 읽으시기 뭐할 꺼 같아서 따로 색을 칠해둡니다.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은 제끼셔도 크게 상관 없으리라 봅니다.



먼저 남들이 다 아는 내용, 쉽게 예를 들어 검색 한 번 해보면 주르륵 나오는 내용은
포스팅으로서 큰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도 곤란하다.
그 경우 글을 적을 필요 없이 정보가 있는 원페이지들을 링크하고 링크 소개를 달면 될 일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검색범위 내에서 찾을 수 없던 내용이나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하며,
일정한 주제의식을 담은 정보와 가설, 주장들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라는 조건이 요구된다.


그럼 가설, 주장을 정한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의 전간기에 열강들의 군비확장과 국내 주요 선거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

왜 '전간기'를 택했으며 왜 '군비확장'이 관심사인지는 개인의 관심사니 포스팅에선 넘어가자.
여기서 '국내 주요 선거'를 택한 것은 이 소재가 국내 정치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

주제를 정하는 순간부터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저기서 이미 '국내정치상황은 군비확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와 '국내 주요 선거는 국내 정치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란 전제가 깔려있는데 이 전제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 주제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의 포스팅의 목적이긴 하나 그 전에 저 가정이 얼토당토 않은 소리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걸그룹들의 다리 노출도가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같은 주제는 곤란하듯이)


그 다음엔 단어에 대한 정의를 확인하며 시기, 범위 등을 규정해야 한다.
열강이라면 어떤 국가들을 말하는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지(대개 통설에 따르지만)
군비확장이라 하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는지
(물질적인 확장만을 살필 것인가, 인적자원 같은 무형의 확장도 살필 것인가 등등)
국내 주요 선거는 어떤 선거들을 지칭하는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지
등등....

그리고 군비확장에 있어서 국내정치라는 요인만이 작용할 리가 없다.
국내정치라는 부분만을 중점으로 삼은만큼 다른 무수한 요인들은 배제되게 된다.
이 배제되는 요인들에 대해 어떤기준을 가지고 처리할 것이며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그 영향력을 적용할 것인지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제 주제와 가설을 정하고 그 범위도 정했으니 어떻게 조사할지를 정해야 한다.
즉 어떤 자료들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그 자료들을 처리해서 내용을 만들어 낼 것인지의 문제를 말한다.
군비확장의 기준이 되는 예산안을 살펴보고 그를 통해 군사관련 예산을 추려내서 정리한다.
그 가운데 주요선거들이 있던 시기의 예산안 변동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시기 주요 정치인들의 군사정책 관련 발언, 의회에서의 군사정책 관련 표결 등을 살펴본다.
그리고 당시 신문사설이나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 정당 및 후보 지지도를 살펴본다.
이런 과정등을 통해 처리된 정보들을 모아 하나의 체계아래 글의 토대를 잡아나간다.

여기서 여러가지로 검증이 필요하게 된다.
먼저 자료들에 대한 검증. 자료들의 출처와 그 편향성, 진위여부 등을 검토하고 자료 내에서 서로 말이 앞뒤가 맞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자료들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고민할 문제다.
그리고 자료들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검증. 처리과정에서 왜곡이나 누락, 오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하며 그 방법들이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의 토대를 잡아나가는 방법에 대한 검증. 그렇게 처리된 정보들을 가지고 글을 만들어 가는 가운데 왜곡, 삭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중간에 논리적 오류, 도약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처리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대강의 토대가 잡히게 되면 글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
오탈자가 없는지부터 시작해서 글 전체적으로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는지, 잘못된 정보나 정보사용은 없는지,
쓸모없는 부분은 있는지 모자라서 좀 더 조사해서 채워넣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고 위의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 확인 후에 글을 올리면 포스팅이 하나 생긴다.
올린 다음에 신나게 털리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기다리면 된다.



말이야 길었는데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면 그에 대한 근거를 대야 합니다.
근데 그 근거를 대려면 역사라는 항목에 있어 알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있지도 않은 걸로 뻥을 치면 안됩니다.
그러니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자료를 찾으러 다닙니다.
자료를 찾았어도 이게 맞는지 확신할 도리가 없으니 이거저거 뒤적거리며 이게 맞는 자료인지를 확인합니다.
기껏 자료 찾아놓고 헛소리를 할 수는 없으니 내가 한 말이 앞뒤가 맞는지 어디 오버한 구석은 없는지 확인할 수 밖에..
이러다보면 짧은 글 하나 쓰는데도 머리는 칙칙폭폭 옆에는 물병만 수시로 채워졌다 비워졌다...
그러다가 그냥 엎는 경우가 대다수이구요.

물론 세상에는 전문가가 많고 논문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이 요즘엔 DB로 잘 정리되서 제공됩니다.
그래서 논문을 참조하면 위의 과정을 많이 단축하면서도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데
..논문 하나만 보고 쓸 수 있나요, 남이 쓴거 날로 먹는만큼 이제 이 논문 저 논문 떠들어봐야지...
(그리고 이 경우에도 그러면 차라리 논문을 링크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큰일입니다)
그리고 논문이라는 건 학술적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그에 쓰이는 언어와 논리를 갖추지 않고 읽으면 지도는 산으로 가랬는데 나는 늪으로 가는 상황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저같은 사람들을 위해 & 나같은 사람들로 돈을 벌기 위해 입문서도 있고 교양서도 있고 하다.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럼 그냥 그 책을 소개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 책 좋아요 구해서 읽어보세요'
그리고 자료와 논리전개에 있어 아주 큰 도움을 주지만 결국 주제를 정해서 글을 쓰는건 자신의 책임에서 어디 안갑니다.


그래서 역사 관련으로 좋은 포스팅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물론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하셨을테고 그 노력의 대가로 그런 좋은 포스팅이 나오는거니까
그만한 능력도 안되고 노력도 안하는 처지에 부럽다고 할 자격이 되나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 말이 되셔서 다양한 원전자료들을 바로 접하시는 분들도 부럽고....

정말 이도저도 안되면 날카로운 직관력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당연히 쥐뿔도 없습니다.



그래서 뉴비는 늅늅하고 웁니다 ㅠ
몇 년 전에 비하면 조금은 나아진 것도 같은데 앞 길을 보면 예전보다 더 멀어보이니 그렇지도 않은 듯..



부연하자면..
기껏해야 포스팅인데 이렇게 난리법석을 펴가며 써야 할 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실제로 쓰다보면 저렇게까지 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논문이나 전문연구처럼 아주 깊은 내용을 파고 드는게 아니니 적당한 수준의 자료를 참고하면 큰 문제 없기도 하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사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역사입니다.
이전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남긴 것을 통해 그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입니다.
공신력도 높습니다. '역사적 교훈에 의해',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란 말들이 왜 자주 쓰이겠습니까.
역사의 권위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룬 것'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자기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이 아닌 실제로 일어났던 일만을 다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고
자료를 찾고 선정하고, 처리하고 논리를 세우고 주제를 정해 정리하는 과정에 있어 철저하고 엄격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 역사철학이 있고 그 안에 역사의 정의같은 문제가 담겨있습니다.)
실로 펜이 칼보다 강하다면 펜이 져야 할 책임은 칼이 져야 할 책임보다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포스팅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 글자덩어리들이 올라갈 곳에서만 해도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그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키배와 그 키배 속에 묻혀가는 포스팅들을 생각하면
기본 중의 기본에 대한 강조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학 개론 수업 초반 부분에서 나오는 당연한 이야기를
포스팅이랍시고 이리 글게 끄적거리려니 참 민망한 일입니다. 수많은 고수들이 비웃을 일입니다.
아직 내공이 모자란 탓입니다. 이 당연한 소리를 이리 길게 적어야 말할 수 있다니...


글과는 조금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후기니까 적어보려고 합니다.
역사학 개론을 가르치신 교수님이 강의 시간 때 곁이야기 삼아 하신 이야긴데...
기억에 의존해 적은거라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행기에서 찍은 손바닥만한 사진 하나 가지고 여기가 어딘지 찾아보려고 방만한 지도 펴놓고 몇날 며칠을 머리 박아가며 씨름합니다. 자료 하나 찾아보려고 온갖 곳을 계속 헤매며 기껏 찾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가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알아본 것이 자기 살려고 남을 모함하는 사람, 평소 맘에 안들던 사람을 이 기회에 사지에 밀어넣으려고 하는 사람, 살아보겠다고 평소 약한 처지에 있던 사람을 떠미는 모습입니다. 그 가운데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보고 없는 걸 쪼개서 더 없는 사람에게 주는 모습을 봅니다. 그게 이 업을 계속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