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날개위에] 010. The Hero - N.EX.T



눈을 뜨면 똑같은 내방 또 하루가 시작이 되고

숨을 쉴 뿐 별 의미도 없이 그렇게 지나가겠지

한 장 또 한 장 벽의 달력은 단 한 번도 쉼 없이 넘어가는데

초조해진 맘 한 구석에선 멀어져 가는 꿈이 안녕을 말하네

난 천천히 혼자 메말라가는 느낌뿐이야 우-


언덕 너머 붉은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아이들은 바삐 집으로가 TV 앞에 모이곤 했었지

매일 저녁 그 만화 안에선 언제나 정의가 이기는 세상과

죽지 않고 비굴하지 않은 나의 영웅이 하늘을 날았지

다시 돌아가고픈 내 기억 속의 완전한 세계여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영웅을 맘에 갖고 있어

유치하다고 말하는 건 더 이상의 꿈이 없어졌기 때문이야


그의 말투를 따라 하며 그의 행동을 흉내내보기도 해

그가 가진 생각들과 그의 뒷모습을 맘속에 새겨두고서

보자기를 하나 목에 메고 골목을 뛰며 슈퍼맨이 되던 그 때와

책상과 필통 안에 붙은 머리 긴 락스타와 위인들의 사진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어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모든 것을 가끔씩은 기억 하려고 해


세상에 속한 모든 일은 너 자신을 믿는 데서 시작하는 거야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바보 같은 일일 뿐이야


그대 현실 앞에 한없이 작아질 때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영웅을 만나요

무릎을 꿇느니 죽음을 택하던 그들

언제나 당신 안의 깊은 곳에 그 영웅들이 잠들어 있어요

그대를 지키며 그대를 믿으며



 이번에 소개할 곡은 1997년 한국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이자 N.EX.T의 4집인 'Lazenca - A space rock opera'에 수록된 곡인 The Hero이다. 애니메이션은 망할만한 작품이었고 실제로도 팍삭 망했지만 이 앨범은 앨범으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수록곡들 가운데 히트곡도 제법 많고...무엇보다 이 앨범을 낸 이후로 N.EX.T는 해체를 선언했었다. 뭐 2004년에 개한민국으로 컴백했다. 다만 개한민국부터는 음악노선이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전 스타일의 N.EX.T 앨범의 마지막은 역시 이 앨범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이 곡 같은 경우는 변주에 변주를 거듭하는 전개가 인상적으로, 처음 이 노래를 접했을 때는 정말 이런 스타일도 있었구나 싶었다. 물론 그 전에 변주에 변주를 거듭하는 전개를 시도한 뮤지션은 많았으며 그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뮤지션들도 바글바글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게 처음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나도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어버렸고 예전에 비하면 철이 들었다고 해야할지 속물이 되었다고 해야할지 조금 애매한 그런 변화를 겪었고 겪으며 겪을 것 같다. 친구나 지인들도 어느새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되어버렸고 '사람이라는게 참 잘 변하는거구나'싶을 정도의 속물근성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게 뭐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이를 먹어서도 어렸을 때의 감수성을 그대로 짊어지고 간다는건 레이온 셔츠를 입고 화재현장에 뛰어드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말도 있고. 어떻게 보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어느새 나도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가는건 아닌가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들긴 하는데...열심히 살다보면 시간이 말해줄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세상일이라는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